밤 10시가 넘어서 자려고 하는데 윗집이 화장실에서 공구 같은 걸 떨어트리는 소리를 계속 냈다.
또 저러네 싶어서 한 시간만 참자... 했는데 밤 11시 30분이 넘어가도 끝나질 않음. 층간소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항의인 천장 치기를 했으나 신경도 안 쓰고 오히려 더 소리를 냄.
관리실에 두 번이나 연락 했으나 두 번 다 받자마자 끊어버려서 결국 경찰에 신고 했다.
12시가 다 돼서 경찰이 왔는데, 윗집이 할 거 다 했는지 크게 소음을 내질 않아서 소음 내는 거 녹화한 영상 보여주고 상황 설명하고 뭐 이래저래 했는데 지금 소음 내는 게 아니라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관리실에 연락해 봤냐길래 두 번이나 했는데 안 받아서 신고 했다고 함.
언제부터 소음 냈냐고 해서 10시부터 그랬다고 하니까 그때 연락 하셨으면 얘기 했을 텐데 어쩌고 하길래 그럼 앞으로는 참지 말고 소음 나면 바로 신고 하면 되냐니까 그건 아니라고...
제발 얘기라도 좀 해달라고 해도 자기들도 힘들다 그래서 그럼 직접 가서 얘기하면 되냐니까 그것도 안 된다고 함.
여튼 사정하다시피 해서 경찰분들이 얘기 해 보겠다고 해서 두통 오는 머리를 부여 잡고 앉아 있으니 경찰 분이 전화를 함.
'변기 교체 하느라 소음을 냈다네요.'
'이 밤에 변기를요?'
'그러게요.'
하....
잠 자기는 글렀고 경찰분 조언대로 새벽에 층간소음 상담신청.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꾸역꾸역 일어나서 출근해서 일하는데 전화가 왔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인데 민원 내용을 보충해야 해서 연락을 했다고 해서 보충.
민원 넣고 3일 뒤에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연락 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중재하라고 해서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데, 윗집은 17시에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일 해야 되는데 뭔 17시........... 이래저래 얘기 했는데, 결론은 18시에 된다고 하면 하고 아니면 통화를 하든가 하겠다고 함.
전화 하신 관리사무소 소장님 말씀으로는 윗집이 호의적이니까 얘기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하심. (본인도 직장인이라 18시에 퇴근 해야 된다고 하시기도 하고)
윗집과 통화 했는데 제대로 사과 받은 건 없고 가스라이팅이 오졌다.
위: 그날은 소음 낸 거 인정한다. 화장실에 문제가 있어서 소란이 있었던 거 같다. 소음 문제가 예전부터 있었는데, 아래층에서 천장을 치는 게 반복 되다보니 민감해졌다.
나: 소리 난다고 대뜸 천장 치는 게 아니고 한 시간은 참는다. 그날도 11시 30분쯤에나 항의 했는데, 10시 넘어서부터 그러시지 않났냐. 예전에도 소음 낼 때 관리실 연락 안 받아서 경찰에 신고한 적 있는데, 그때도 밤 늦은 시간이었다. 나도 마찰 일으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밤 늦은 시간에 항의까지 하는데도 계속 소음을 내는 건 그만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
위: 제 입장에서는 민감하신 거 같다.
나: 소음 내는 입장에서야 그렇게 생각 하겠죠.
위: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쿵쾅 거리면서 걷는 건도 아닌데 예민하신 거 같다.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 자기네들이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나: 소음을 낸다고 생각 안 하시는 거잖아요?
위: 날 수는 있지만 일반 가정대비해서 소음이 난다고 생각 안 한다.
나: 그럼 몇 년 살면서 녹음, 녹화한 거 있으니까 또 이런 일 생기면 더 얘기할 필요 없이 중재를 받던 뭘 하던 하자.
위: 저희 윗집은 장난 아니다. 그런데도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다. 근데 그건 뭐 입장 차이니까 저희가 조심 하도록 하겠다.
나: 저도 여기보다 층간 소음 심한 곳에서 살아봤는데 그렇게 얘기 하시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네요.
위: 생각의 차이가 있고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무던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누가 잘못 됐다 아니다가 아니라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신경 써서 앞으로는 피해 안 가게끔 하겠다.
자기네는 무던한 사람들인데 너는 민감하고 예민하고 무던하지 않은 사람이다 뭐 그런 얘기.
가벽으로 벽 만들어서 한 세대를 두 세대로 나눈 다세대 주택에서 살아본 적도 있는데, 이게 뭔...
전문 녹음기도 아니고 목소리 위주로 녹음하는 휴대폰으로 층간소음이 녹음될 정도로 소음을 내는데 일반 가정대비 소음을 안 낸다니 허허...
3년 전에도 야밤에 소음을 계속 내길래 관리실에 연락을 했는데, 윗집이 관리실 연락 안 받고 소음을 계속 내서 경찰에 신고 했었다. 그때도 경찰한테 소음 안 냈다고 하다가 아래층에서 녹음한 거 듣고 왔다니까 아래층에서 항의 하는 거 때문에 자기 딸이 화가 나서 그랬다면서 중학생 여자 애가 소음을 내면 얼마나 내겠냐고 했다는데, 참 사람이 변하질 않는다.
가장 열받는 건, 거의 2년 가까이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가 경찰에 신고 하고 층간소음 상담신청 한 번 했다고 윗집이 상당히 조용해 졌다는 거다.
층간소음 상담신청 전에는 쾅쾅 거리고 층간 소음이 취약한 화장실에서 뭔가를 떨어 트리고 치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는데 이게 없어졌다. 진짜 일부러 그런 게 맞나 싶다.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 방화 같은 범죄도 일어나는 세상이라 최소한 사람 구실 하면서 살겠지 하는 믿음으로 신고를 해야 하는 세상이 참 무섭다.
이후에도 같은 민원이 발생하면 그때는 관리실 통해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로 요청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럴 일 없겠으면 좋겠지만, 윗집 변기가 또 고장나면 그럴 일이 생길 것 같다.